재즈의 노래, 하루키의 글: 음악과 문학이 만나는 순간

1949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그는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하여 문단에 등장했으며, 이후 "노르웨이의 숲",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Q84"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집필했다.

그는 재즈 애호가로 유명하며, 직접 재즈 바를 운영했다. 역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레이먼드 카버, 스콧 피츠제럴드 등의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도 재즈 음악이 빈번하게 언급된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즈 음악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1. <상실의 시대> 속 재즈 - 빌 에반스 트리오 (Bill Evans Trio) - 'Waltz for Debby'

Waltz for Debby”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 (Bill Evans)와 그의 트리오인 빌리 스트레이혼 (Billy Strayhorn)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은 빌 에반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며, 그의 오케스트라에서 많이 연주되었다.

| 곡 배경: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가 조카인 Debby를 보고 작곡했다. 그의 조카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곡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으로 가득 차 있다. 원래는 빌 에반스의 앨범 “New Jazz Conceptions” (1956)에 수록되었으며, 이후 “Waltz for Debby” 앨범의 메인 곡이 되었다.

| 음악적 특징:

"Waltz for Debby"는 느린 템포의 왈츠 리듬으로 시작하며, 피아노와 베이스의 조화로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낸다.
빌 에반스의 연주는 감미로운 터치와 섬세한 표현으로 곡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곡은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빌 에반스의 음악적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의 음악적 역량과 감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멋진 작품이다.

| 하루키와의 연관:

하루키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 와타나베와 나오코가 하룻밤을 지내게 되는 날 듣게 되는 음반으로 소개된다.

[유튜브에서 음악 듣기]

2.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속 재즈 - 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 - 'The Star-Crossed Lovers'

The Star-Crossed Lovers”는 미국의 재즈 음악가 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과 그의 공동 작곡가 빌리 스트레이혼 (Billy Strayhorn)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다. 이 곡은 엘링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며, 그의 오케스트라에서 많이 연주되었다.

| 곡 배경:

"The Star-Crossed Lovers"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표현하며,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엘링턴과 스트레이혼은 이 곡을 작곡할 때 클래식 음악의 형식과 재즈의 요소를 융합시켰다.

| 음악적 특징:

"The Star-Crossed Lovers"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로, 멜로디가 감미롭고 섬세하다.
색소폰 솔로를 중심으로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이 곡은 감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 멋진 작품이다.

| 하루키와의 연관:

소설 속에서 주인공 하지메가 운영하는 재즈 카페에서 이 곡이 매일 연주되는 장면이 나온다.
하루키는 음악을 통해 주인공들의 감정과 상황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는데 이 곡을 사용했다.

[유튜브에서 음악 듣기]

3. <해변의 카프카> 속 재즈 -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 'My Favorite Things'

“My Favorite Things”는 미국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1961년에 애틀란틱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콜트레인이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한 첫 음반이기도 하다.

| 곡 배경:

"My Favorite Things"는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영감을 받았다.
원래는 뮤지컬의 곡이었으나, 콜트레인은 이 곡을 재즈 음악으로 재해석했다.

| 음악적 특징:

"My Favorite Things"는 모달 재즈 스타일로 연주되며, 소프라노 색소폰과 피아노의 환상적인 솔로가 돋보인다.
원곡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E 단조와 E 장조의 두 토닉 코드 위에서 타이너와 콜트레인이 확장된 솔로를 연주한다.
이 곡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콜트레인의 모달 재즈 연주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 하루키와의 연관:

소설 속에서 주인공 하지메가 운영하는 재즈 카페에서 이 곡이 매일 연주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하지메와 그의 미모의 동창생, 시마모토와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음악이다.
하루키는 음악을 통해 주인공들의 감정과 상황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는데 이 곡을 사용했다.

[유튜브에서 음악 듣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읽기 쉽고, 주인공들의 사고 방식이나 세계관도 대체로 '쿨'하다는 인상을 받지만 주제 자체는 무겁고 우울하거나 초현실주의가 많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음악과의 조화로 인해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재즈 음악을 들으며 하루키의 소설을 즐겨보길 권한다.